레이온이 섞여 차르르하게 떨어지는 니트 셋을 서가에서 골랐어요. 모이아의 airy round knit 네이비, 문달의 Isar Knit in Black Stripe, 그리고 인사일런스의 루즈핏 레이어드 니트 블랙이에요. 레이온은 몸에 감기지 않고 시원스레 흐르는 결이 있어서 단정한 니트 짜임에 얹히면 한층 유려한 실루엣을 만들어내지요.
레이온은 과거 유럽에서 귀족들의 값비싼 천연 실크를 대신하기 위해 목재 펄프로 빚어낸 최초의 인공 섬유예요. 나무 섬유소를 알칼리 용액에 녹여 뽑아낸 이 실은 비단처럼 매끄러운 광택을 내뿜어 '빛나는 빛살'이라는 뜻의 이름을 얻었어요. 서민들의 옷장에 우아함을 선물하며 인조견사라는 친근한 이름으로 널리 퍼진 역사가 있어요.
이 셋 가운데 쇄골을 단정하게 덮는 보트넥 디자인을 보실까요, 소매가 가벼운 베스트나 민소매를 찾으실까요, 아니면 10만원 미만으로 먼저 추려볼까요?
↳ 보트넥 디자인으로
보트넥 디자인은 지금 목록에 없어요. 대신 네크라인이 양옆으로 자연스럽게 트여 쇄골을 부드럽게 드러내는 모이아의 에어리 라운드 니트를 색상별로 골랐어요. 네이비와 베이지, 그리고 아이보리 세 가지예요. 성글고 얇게 짜인 니트라 몸에 들러붙지 않고 공기처럼 가볍게 떨어지는 실루엣이지요.
스코틀랜드 북동쪽 셰틀랜드 제도에는 펼치면 사방 2미터나 되는데도 결혼반지 구멍 하나를 온전히 통과하는 '웨딩 링 숄'이라는 전설적인 초경량 편물이 있어요. 현지 장인들이 거친 바닷바람을 이겨낸 토종 양의 목덜미 털만 가려내어 거미줄 같은 실로 짠 것인데, 무게가 고작 100그램 남짓이라 빅토리아 여왕 시절 귀족들의 귀한 사치품으로 통했지요. 가볍고 섬세한 편직물을 볼 때면 반지를 빠져나오던 그 숄의 감촉이 절로 떠올라요.
목록에 담아둔 세 가지 색 중에서는 단정한 아이보리가 먼저 손이 갈 것 같아요. 아이보리로 자세히 살펴볼까요, 아니면 V넥이나 카울넥처럼 다른 네크라인 쪽으로 목록을 넘겨볼까요?
↳ 아이보리로 볼래요
아이보리 색상으로 모이아의 airy round knit를 골랐어요. 가볍고 성글게 짠 라운드 니트라 단독으로 입거나 셔츠 위에 덧입기 좋은 품이에요.
아이보리는 본래 코끼리 상아를 가리키는 말이었지요. 19세기 미국에서 당구가 유행하며 상아 품귀가 일어나자, 한 제조사가 거액의 현상금을 걸고 대체 소재를 공모했어요. 발명가 존 웨슬리 하얏트가 질산 처리한 셀룰로스에 장뇌를 섞어 최초의 플라스틱인 셀룰로이드를 발명했지요. 충돌 시 폭발하는 위험 탓에 당구공으로 굳어지진 못했지만 단추와 필름으로 쓰이며 새 시대를 열었어요.
옷장 속의 아이보리는 다행히 폭발할 걱정 없이 은은한 볕의 빛깔만 남았어요. 품과 소매 길이를 볼 수 있는 상세 치수부터 확인할까요, 아니면 오래 입기 위한 세탁 방법부터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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