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 데님은 목록에 넉넉하게 갖춰 두고 있어요. 원단을 미리 빨고 결을 곱게 쓸어내어 뻣뻣함 대신 몸에 부드럽게 감기는 맛을 살린 옷들이지요.
생지 데님을 직접 길들이는 이들은 무릎 뒤에 접히는 벌집 모양 페이딩을 허니콤이라 불러요. 매일 걷고 일어서는 관절의 움직임에 따라 마찰이 극대화되면서 짙은 인디고와 쓸려 나간 부위 사이에 강한 명암 대비가 새겨지지요. 바지 폭이 좁고 활동적으로 걷는 사람일수록 이 무늬가 선명해져서 한 사람의 지난날과 걸음걸이를 증명하는 서사로 통하기도 해요. 요즘 나오는 워싱 데님은 그 오랜 시간의 궤적을 기술로 보기 좋게 미리 얹어 둔 셈이에요.
목록이 넓으니 기준을 하나만 짚어 주시면 금방 좁혀 드려요. 넉넉한 와이드 핏 팬츠로 볼까요, 10만원 미만으로 맞출까요, 아니면 자켓이나 셔츠 같은 상의 쪽을 먼저 꺼내 올까요?
↳ 와이드 핏 팬츠로
여유로운 실루엣을 살린 데님 팬츠 셋을 골랐어요. 쓰리투에이티의 세미 와이드 핏 진스 라이트 블루와 레귤러 핏 진스, 그리고 인사일런스의 체인트윌 벌룬핏 데님 팬츠 블루예요. 요즘 통 넓은 바지들은 무작정 펄럭이기보다 엉덩이와 허벅지 라인을 입체적으로 잡아주면서 밑으로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결을 중하게 여겨요.
1920년대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학칙으로 금지된 운동용 반바지를 감추려고 바지통을 밑단 둘레 100센티미터 가까이 넓힌 '옥스퍼드 백스'를 지어 입었어요. 금지된 옷을 갈아입기 번거로워 그 위에 그대로 덧입었던 청년들의 꾀가 대서양을 건너 번지며 와이드 팬츠의 원조가 되었지요. 자루처럼 펄럭이던 반항의 상징이 세월을 거쳐 일상의 멋으로 내려앉았어요.
인사일런스 벌룬핏 팬츠처럼 사선 골이 살아 있는 트윌 원단도 특유의 유연함 덕에 그런 풍성한 곡선을 무너지지 않게 받쳐줘요. 골라둔 셋 중에서 10만원 안팎으로 좁힐까요, 어두운 색상이나 아예 시원한 버뮤다 숏팬츠로 틀어볼까요?
↳ 10만원 안팎으로
10만원 안팎의 예산에 맞춰 매일 입기 좋은 데님 셋을 골랐어요. 산뜻한 색감이 돋보이는 모이아의 워시드 데님 라이트 인디고, 단정하게 떨어지는 기본형인 쓰리투에이티의 레귤러 핏 진, 그리고 둥근 입체감을 살린 인사일런스의 체인트윌 벌룬핏 데님 팬츠예요. 데님은 실루엣 하나만 살짝 비틀어도 전체 옷차림의 분위기가 단번에 바뀌는 옷이지요.
청바지 주머니 모서리에 박힌 작은 구리 리벳은 1870년대 초 재단사 제이콥 데이비스의 손에서 시작되었어요. 주머니가 쉽게 뜯어진다는 광부들의 불평을 듣고 말안장에 쓰던 징을 박아 넣은 건데, 정작 그에겐 특허를 등록할 돈 68달러가 없었어요. 결국 원단을 대주던 상인 리바이 스트라우스에게 비용을 대주면 특허 권리의 절반을 주겠다는 편지를 보냈고, 그 제안이 성사되면서 오늘날 청바지의 역사가 열렸지요.
이 셋 중에서 기준을 어디로 두고 먼저 살펴볼까요? 밝은 톤 데님으로 갈지, 둥근 곡선 실루엣으로 갈지, 아니면 10만원 미만으로 선을 그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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