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 신발 목록에서 성격이 다른 셋을 골랐어요. 애니멀 무늬를 입힌 사선 스트랩 플랫, 도톰한 플랫폼 굽이 들어간 에나멜 메리제인, 그리고 질감이 부드러운 스웨이드 소재의 부츠예요. 가죽은 표면을 어떻게 다듬고 어떤 형태로 빚어내느냐에 따라 발끝의 무게감이 완전히 달라지지요.
메리제인이라는 이름은 1902년 미국 신문 연재만화 〈버스터 브라운〉 속 캐릭터에서 시작되었어요. 만화 속 메리 제인이 늘 발등에 스트랩이 달린 둥근 단화를 신고 등장했는데, 한 제화 회사가 이 판권을 사들여 그대로 상품화했지요. 활동하기 편해서 처음에는 남녀 아이들이 주로 신다가, 1920년대 들어 짧은 치마와 단발머리를 앞세운 플래퍼 여성들이 일상화로 신으면서 대중적인 여성화로 굳어졌어요.
이번 목록도 납작한 플랫부터 묵직한 스웨이드 부츠까지 제각각 흩어져 있어요. 어떤 조건으로 먼저 좁혀 볼까요?
↳ 부츠로만 볼래요
부츠 목록에서 넷을 골랐어요. 여밈의 피그테일 부츠는 부드러운 블랙 스웨이드 결이 돋보이고, 쓰리투에이티의 벨트 링클 레더 숏부츠는 자연스러운 주름과 벨트 디테일이 멋스러워요. 단정하게 끈을 묶는 로우클래식의 레더 레이스업 부츠와 고전적인 승마화 태를 지닌 쓰리투에이티의 레더 라이딩 부츠도 함께 챙겼어요. 요즘 거리에서 부츠가 다시 힘을 얻는 건 밑단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옷차림의 분위기를 단번에 바꿔주기 때문이지요.
19세기 초 영국의 웰링턴 공작은 나폴레옹 전쟁 당시 장교들이 신던 독일식 헤시안 부츠가 무겁고 거추장스러워 실전에 불편하다고 여겼어요. 군복 바지 밑단을 단정하게 넣고 진흙탕 전장을 누빌 수 있도록 화려한 술 장식을 떼고 부드러운 가죽으로 다리에 밀착되게 고쳐 만든 신발이 바로 웰링턴 부츠예요. 거친 흙탕물을 피하려던 군인들의 실용적인 고안에 훗날 고무 기술이 더해지면서 오늘날 비 오는 날 신는 레인부츠의 원형이 되었지요.
목록에는 발목을 가볍게 끊어 주는 숏부츠부터 무릎 밑까지 곧게 뻗는 롱부츠까지 고루 들어 있어요. 롱부츠 위주로 먼저 살펴볼까요, 아니면 편하게 신는 숏부츠나 스웨이드 부츠 쪽으로 좁혀 볼까요?
↳ 롱부츠 위주로
무릎 아래까지 곧게 뻗은 라이딩 부츠 세 켤레를 골랐어요. 쓰리투에이티의 기본 가죽 라이딩 부츠 블랙 한 켤레와 입구에 털을 덧댄 퍼 커프 라이딩 부츠 블랙, 다크 브라운 두 켤레예요. 승마용 장화에서 출발한 단정한 원통 실루엣 덕분에 다리 선을 반듯하게 정돈해 주는 멋이 있어요.
옛날 승마인들은 흙먼지와 진흙이 묻은 긴 부츠를 손대지 않고 벗으려고 뒤꿈치를 홈에 끼워 발판을 밟는 부츠 잭을 마구간마다 두고 썼어요. 벗어둔 부츠의 긴 가죽 통이 주저앉거나 꺾이지 않도록 너도밤나무나 마호가니를 깎은 목제 부츠 트리를 넣어 형태를 보존했지요. 헨리 맥스웰 같은 유서 깊은 비스포크 공방에서는 가죽 통 속에 꼭 맞는 분할 목제 틀 상단에 묵직한 황동 고리를 달아 부츠의 수명을 지켰어요.
요즘 라이딩 부츠는 흙길 대신 단단한 보도블록을 걷지만, 곧게 세운 종아리 선이 긴 코트나 니트 아래에서 단단하게 매무새를 잡아주는 점은 여전해요. 입구에 퍼가 달린 따뜻한 느낌으로 좁힐까요, 아니면 지퍼 여밈이나 5cm 굽 조건을 먼저 살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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