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묵직하지 않으면서 편하게 걸치기 좋은 가죽 블루종 점퍼로 셋을 골랐어요. 양가죽 특유의 부드러운 맛을 살린 모이아의 leather jumper, 관리가 편하고 가벼운 인조가죽으로 만든 어몽의 A FAUX LEATHER JUMPER, 그리고 여유로운 핏으로 떨어지는 마지셔우드의 OVERSIZED LEATHER BLOUSON이에요. 요즘 가죽 점퍼는 예전처럼 몸을 꽉 조이는 바이커 스타일보다 품이 넉넉해서 안에 도톰한 이너를 받쳐 입기 편한 블루종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어 있어요.
가죽의 무게감을 덜어내는 고민은 영화 의상에서도 꽤 유명한 장면을 남겼어요. 영화 매트릭스의 의상 디자이너 킴 배럿은 배우들의 와이어 액션 장비를 가리면서도 날렵한 움직임을 살리기 위해 무거운 천연 가죽 대신 얇고 신축성이 좋은 저렴한 PVC 합성 소재를 썼지요. 네오의 펄럭이는 롱코트도 가죽처럼 보이지만 공중에서 가볍게 흩날리도록 야드당 3달러짜리 모혼방 원단을 골라 제작했던 일화가 있어요.
몸에 얹었을 때 가벼운 쪽을 찾으신다면 소재나 예산에 따라 갈래를 더 나눌 수 있어요. 천연 양가죽 쪽을 더 보실까요, 아니면 부담 없이 입는 페이크 레더나 30만 원대 이하의 조건으로 좁혀 드릴까요?
↳ 천연 양가죽으로만
천연 양가죽으로만 추린 점퍼와 블루종 다섯 벌을 서가에서 골라 왔어요. 모이아의 레더 점퍼 블랙, 마지셔우드의 오버사이즈 레더 블루종 블랙과 브라운, 그리고 문달의 램스킨 블루종 블랙과 네이비예요. 양가죽은 소가죽에 비해 무게가 가볍고 결이 부드러워서, 품이 넉넉한 외투로 걸쳐도 어깨가 짓눌리지 않고 차분하게 떨어지는 멋이 있지요.
깃털처럼 유연한 가죽의 대명사인 나파 가죽은 1875년 캘리포니아 나파 강변의 소이어 태닝 회사에서 일하던 독일 출신 장인 에마누엘 마나세가 처음 만들었어요. 거칠고 뻣뻣한 가죽을 벗어나고자 크롬염과 황산염을 쓰는 새로운 무두질을 고안했고, 표면의 결을 고스란히 살리면서도 부드럽고 물에 강한 가죽을 완성했지요. 자신이 일하던 도시 이름을 붙인 이 가죽은 장갑과 옷으로 시작해 오늘날 명품 패션과 최고급 자동차 인테리어의 상징이 되었어요.
목록에 담긴 옷들도 그런 부드러운 결을 품고 있어서 도톰한 이너 위에 편안하게 받쳐 입기 좋아요. 값을 50만 원 아래로 맞출 수도 있고, 여유로운 오버핏 실루엣이나 블랙 또는 브라운과 네이비 같은 색감으로 먼저 가려낼 수도 있어요. 어느 쪽으로 먼저 좁혀 볼까요?
↳ 50만원 아래로
50만 원 아래 기준에 맞춰 모이아의 레더 점퍼 블랙을 골랐어요. 군더더기 없이 떨어지는 담백한 실루엣에 자연스러운 가죽 질감을 살린 점퍼예요. 요즘 블랙 레더는 거칠고 요란한 장식보다는 이렇게 단정하고 매끈한 선을 선호하는 쪽으로 목록이 기울어 있어요.
1990년대 디자이너 헬무트 랭도 과장된 장식과 주머니의 부피감을 모두 덜어낸 블랙 레더 재킷으로 미니멀리즘 돌풍을 일으켰어요. 칼로 잘라낸 듯한 예리한 직선 실루엣과 절제된 모노톤 테일러링으로 옷 본연의 형태와 구조적 본질을 앞세웠지요. 거리의 감각을 지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며 미니멀리즘이 결코 지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그의 미학은 후대 디자이너들에게도 절대적인 영감으로 남았어요.
불필요한 겉치레를 지우고 선 자체에 집중하는 태도는 이 모이아 점퍼에도 단정하게 스며 있어요. 여기서 방향을 살짝 틀어볼 수도 있어요. 예산을 올려서 다른 양가죽을 더 볼까요, 페이크 레더로 50만 원 아래를 지켜볼까요, 아니면 스웨이드 소재로 둘러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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