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하게 잡힌 주름부터 여유로운 볼륨감까지 챙긴 와이드 팬츠 셋을 골랐어요. 클래식한 실루엣의 로우 타이드 테일러드 턱 팬츠와 풍성한 볼륨을 살린 쓰리투에이티 파라슈트 카고 팬츠, 밑단을 편안하게 잡아주는 어반 와이드 조거 팬츠예요. 테일러드 턱 팬츠는 앞판에 정갈하게 잡힌 핀턱 덕분에 통이 넓어도 선이 흐트러지지 않고 반듯하게 떨어져요.
1930년대 할리우드에서 배우 캐서린 헵번이 품이 넉넉한 남성용 테일러드 바지를 입자 영화사 의상 부서에서 치마를 입히려고 바지를 훔쳐 숨긴 적이 있어요. 헵번은 바지를 돌려받기 전까지 옷을 입지 않겠다며 속옷 바람으로 스튜디오를 당당하게 활보했지요. 기상천외한 시위에 질린 제작진이 결국 바지를 돌려주었고, 몸을 구속하지 않는 편안함을 고집한 덕에 통 넓은 바지는 패션의 클래식으로 남게 되었어요.
목록에 담긴 세 바지도 턱과 주름을 쓰는 방식이 저마다 달라요. 단정한 테일러드 핏을 보실지, 아니면 주머니가 달린 카고나 편안한 조거 디테일 쪽으로 좁혀 볼까요?
↳ 울 혼방으로
울 혼방 소재로 핀턱 라인이 잡힌 슬랙스 셋을 골랐어요. 차분한 색감의 문달 브라운 슬릭 핀턱 슬랙스, 깔끔한 로우 타이드 블랙 테일러드 턱 팬츠, 그리고 여유로운 실루엣의 인사일런스 멜란지 브라운 폴딩 핀턱 울 팬츠예요. 울에 다른 섬유를 섞으면 특유의 포근한 결을 챙기면서도 구김 걱정을 덜 수 있어서 하의로는 가장 실용적인 선택이지요.
1951년 듀폰사가 '다크론'이라는 폴리에스터를 선보였을 때, 의류 제조사들은 양모와 다크론을 섞어 구김 없는 혁신적인 혼방 수트를 만들었어요. 이 수트를 입고 카누를 타다 물에 빠진 남성이 옷을 그대로 말렸더니 칼주름이 고스란히 살아났다는 일화나, 다림질 없이 예순일곱 날을 입었다는 실험이 당시 신문에 대대적으로 실렸지요. 세탁기에 돌려 다림질 없이 곧바로 입는 '워시 앤 웨어'라는 개념도 이 울 혼방 원단 덕분에 일상으로 들어왔어요.
목록에 담은 셋도 턱 주름을 단정하게 잡아 두어 오랜 시간 앉아 있어도 태가 쉽게 무너지지 않아요. 여기서 색상이나 예산을 조금 더 좁혀서 살펴볼까요?
↳ 10만원 아래로
10만 원 이하 예산에 맞춰 겨울까지 입기 좋은 울 팬츠 셋을 골랐어요. 인사일런스의 폴딩 핀턱 울 팬츠 멜란지 브라운과 벨티드 투턱 울 팬츠 블랙, 차콜 색상이에요. 셋 다 허리에 주름을 잡아 엉덩이와 허벅지 라인을 자연스럽게 풀어낸 바지라, 셔츠나 니트 어디에 받쳐도 태가 곧게 떨어져요.
과거 영국 상류사회에는 도심 런던에서 시골 차림의 색인 갈색을 엄격히 배제하는 '노 브라운 인 타운'이라는 불문율이 지배하고 있었어요. 훗날 윈저 공이 되는 에드워드 8세가 1920년대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수트에 과감하게 브라운 구두와 부드러운 스웨이드를 매치하며 이 고루한 금기를 깨뜨렸지요. 보수적인 기성세대는 불경하다고 질책했지만, 젊은 신사들이 그 특유의 여유로운 멋에 환호하며 따라 입은 덕에 갈색은 세련된 도심 클래식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났어요.
목록에 든 멜란지 브라운 팬츠를 보니 도심 속에서 갈색이 주는 묘한 여유가 새삼 다르게 보여요. 윈저 공처럼 분위기를 바꿀 브라운 색상으로 갈까요, 아니면 단정한 블랙이나 차콜로 좁힐까요? 아니면 허리에 주름이 두 개 잡힌 더블 플리츠 디자인부터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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