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고 가볍게 걸치기 좋은 반팔 가디건과 상의로 셋을 골랐어요. 담백한 회색 톤에 단정한 실루엣이 돋보이는 마지셔우드의 크루넥 가디건, 스티치 디테일로 손맛을 더한 어몽의 케이블 가디건, 그리고 단독이나 겹쳐 입기 좋은 센토르의 반팔 니트 티셔츠예요. 요즘 반팔 가디건은 단추를 모두 채워 니트 탑처럼 입거나 가벼운 이너 위에 성글게 걸치는 식으로 안팎의 경계 없이 쓰여요.
반팔 니트 위에 가디건을 덧입는 방식은 1950년대에 단정한 우아함의 상징이었던 트윈셋에서 깊게 뿌리를 내렸어요. 당시 여성들은 얇은 울이나 캐시미어로 짠 반소매 풀오버와 가디건을 맞춰 입고 그 위에 진주 목걸이를 둘러 가장 이상적인 클래식 룩을 완성했지요. 1960년대 미니스커트가 등장하면서 한동안 보수적인 옷차림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지금도 정갈한 니트 차림새를 말할 때 빼놓지 않고 돌아보는 원형이에요.
셋 다 여름까지 가볍게 입기 좋은 두께감이라 손이 자주 갈 거예요. 여기서 범위를 조금 돌려 볼까요? 에어컨 바람을 막아줄 긴소매 가디건으로 볼 수도 있고, 아예 시원한 반팔 상의 쪽으로 넓히거나 10만 원 미만으로 가격대를 맞춰 찾아볼 수도 있어요.
↳ 긴소매 가디건으로 보기
긴소매 가디건 목록에서 마지셔우드의 크루넥 가디건 그레이와 어몽의 핸드 스티치 케이블 가디건 아이보리를 골랐어요. 마지셔우드는 단추를 끝까지 채워 단정한 니트 풀오버처럼 다루기 좋고, 어몽은 케이블 편물과 손바느질 디테일이 살아 있어 아우터처럼 툭 걸치기 알맞아요. 요새 가디건은 셔츠 위에 덧입는 보조 역할을 넘어서 한 벌로 상체의 분위기를 오롯이 결정하는 주연으로 자주 쓰이지요.
가디건이란 본래 단정한 옷이지만, 1993년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MTV 언플러그드 무대에서 입었던 헐렁한 올리브 그린색 가디건은 정반대의 상징이 되었어요. 단추 하나가 떨어지고 담뱃불로 뚫린 구멍과 얼룩이 남은 채 세탁조차 거치지 않았는데도, 훗날 경매에서 33만 4,000달러라는 거액에 팔리며 역사상 가장 비싼 스웨터로 기록되었지요. 주류에 맞서던 록 스타의 낡은 일상이 패션사의 가장 값비싼 유물이 된 셈이에요.
다시 단정한 우리 옷장으로 돌아와서, 여기서 조건을 어떻게 더 좁혀 볼까요? 울 100% 소재로 찾으실까요, 10만 원 아래로 낮출까요, 아니면 품이 루즈한 핏으로 골라낼까요?
↳ 울 100% 소재로
울 100% 소재에 맞추어 마지셔우드의 크루넥 카디건을 색상별로 다섯 점 골랐어요. 그레이, 네이비, 베이지, 올리브, 핑크예요. 군더더기 없는 둥근 네크라인이라 단추를 모두 채워 단독 상의로 입거나 가볍게 걸치기 알맞은 형태이지요. 다른 섬유를 섞지 않은 순수한 양모는 특유의 잔잔한 공기층을 품고 있어서 가벼운 두께에 비해 온기를 단정하게 지켜 주어요.
우리가 부드러운 모직물로 흔히 입는 메리노 양모는 과거 스페인 왕실이 국부로 삼아 철저히 감추었던 국가 기밀이었어요. 북아프리카 품종과의 교배로 얻은 극세사 양모의 가치가 막대했던 탓에, 스페인 왕실은 양을 국외로 밀반출하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엄벌을 내걸고 독점했지요. 정작 외교 선물이 급했던 국왕이 다른 나라 군주들에게 양을 하사하고 영국이 대담하게 밀수를 감행하면서 비밀의 문이 열렸어요.
왕실의 보물이던 털이 이제는 매일 손이 가는 일상의 옷으로 곁에 머무는 셈이지요. 마음에 품고 계신 색감이 더 있을까요? 단정하고 묵직한 네이비나 그레이 쪽이 좋을까요, 화사한 핑크나 라벤더로 분위기를 띄워 볼까요? 아니면 울 혼방으로 기준을 넓혀 다른 짜임의 카디건까지 함께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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