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 위에 가볍게 겹쳐 입기 좋은 옷으로 렉토의 LINEN BLEND POLO KNIT VEST 차콜 그레이 색상을 골랐어요. 린넨 혼방이라 간절기 실내에서도 답답하지 않고, 단정한 칼라가 달려 있어서 셔츠 깃 위로 자연스럽게 정돈돼요. 요즘은 조끼 하나만으로 사무실 옷차림의 분위기를 단번에 정리하는 구성이 목록에서도 자주 보여요.
우리가 셔츠 위에 덧입는 이 조끼는 1666년 영국 국왕 찰스 2세의 선포에서 시작되었어요. 당시 프랑스 궁정의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비단 옷에 맞서, 영국 고유의 절제된 정체성을 세우려고 긴 재킷과 바지 사이에 단정한 울 조끼를 입도록 규정한 것이지요. 국왕이 매일 솔선해서 입자 런던 거리로 번져 나갔고, 조롱하던 프랑스의 루이 14세마저 결국 따라 입으며 현대 슈트의 한 축으로 굳어졌어요.
단추를 가볍게 풀어 두면 셔츠와의 간격이 자연스러워서 종일 앉아 일할 때도 거슬리지 않아요. 이제 소매 길이나 네크라인의 모양을 조금 더 좁혀 볼까요? 긴소매 니트로 보실지, 10만원대로 찾으실지, 아니면 V넥 니트 풀오버나 카라 없는 탑으로 바꿔 볼까요?
↳ 긴소매 니트로 보기
긴소매 니트로 마지셔우드의 딥 브이넥 풀오버와 캐시미어 브이넥 풀오버, 렉토의 크리즈 폴로 니트 탑까지 셋을 골랐어요. 셋 다 차분한 그레이 톤으로 모여 있어 다른 옷과 받쳐 입기 수월해요. 깊게 파인 브이넥은 단정한 셔츠 칼라를 드러내기 좋고, 칼라가 달린 폴로 니트는 한 장만 툭 걸쳐도 매무새가 단정해지지요.
1920년대 초 영국 왕세자였던 윈저 공은 유서 깊은 세인트앤드루스 골프장에 화려한 기하학 문양의 브이넥 페어 아일 스웨터를 입고 나타났어요. 당시 신사들은 셔츠와 타이에 무거운 재킷을 갖춰 입는 것이 정석이었지만, 그는 셔츠와 타이 위에 외딴섬 어부들의 방한복이던 손뜨개 니트를 덧입는 파격적인 레이어드를 선보였지요. 이 골프장 사건을 계기로 투박한 노동자의 옷은 전 유럽 신사들이 앞다투어 따라 입는 세련된 고급 스포츠웨어로 공인받았어요.
목록에 둔 브이넥 풀오버들도 셔츠 칼라를 받쳐 입을 때 그 시절의 클래식한 맛이 제대로 살아나요. 셔츠 레이어드용으로만 더 좁혀서 볼까요, 아니면 부드러운 캐시미어 소재나 단독으로 입기 좋은 폴로 니트 쪽으로 살펴볼까요?
↳ 셔츠 레이어드용으로만
셔츠 위에 받쳐 입기 좋은 상의로 딥 브이넥 넷과 크루넥 하나를 골랐어요. 마지셔우드의 딥 브이넥 풀오버 그레이와 블랙, 마지 스타 크루넥 풀오버 버건디, 그리고 로우 타이드의 딥 브이넥 알파카 니트 차콜과 블랙이에요. 셔츠 깃의 모양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온전히 드러내려면 가슴선이 깊게 파인 쪽이 수월해서 브이넥 위주로 목록을 채워 두었어요.
둥근 목둘레를 뜻하는 크루넥은 흔히 떠올리는 어선 선원이 아니라 거친 보트 조정 경기 선수들의 복장에서 출발했어요. 온 힘으로 노를 저어야 했던 선수들에게 바람에 펄럭이는 깃과 단추는 몸을 방해하는 짐에 불과했지요. 깃을 과감히 잘라내고 목 밑동을 둥글게 감싼 덕에 팔과 어깨의 움직임을 넓히면서 바람을 막았고, 그 실용적인 조정 크루의 유니폼이 오늘날 일상복의 기본이 되었어요.
목록에 둔 브이넥들은 파임이 깊어서 칼라가 큰 셔츠도 답답하지 않게 쑥 들어가요. 버건디 크루넥은 깃 끝만 슬쩍 밖으로 빼 입기에 딱 좋고요. 단정한 차림을 생각하고 계실 텐데, 브이넥만 따로 모아볼까요, 아니면 무채색이나 10만원대 초반으로 범위를 좁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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