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으로 작게 접어 넣는 패커블 전용 윈드브레이커는 목록에 없어요. 대신 선선한 저녁에 가볍게 걸치기 좋은 겉옷으로 마지셔우드의 벌룬 블루종 점퍼 블랙과 베이직 후드 저지 점퍼 그레이를 골랐어요. 벌룬 블루종은 밑단을 조여 볼륨감을 주면서 찬 바람을 막아주고, 후드 저지 점퍼는 편안한 원단감 덕에 운동 전후로 툭 걸치기 좋아요.
1965년 파리의 '카페 드 라 페'에 앉아 있던 레옹 클로드 뒤아멜은 비 오는 날 우산에 쩔쩔매며 달리는 사람들을 보고 접어 넣는 옷을 떠올렸어요. 얇은 나일론을 주머니 속에 쏙 넣어 허리에 차도록 만든 이 옷이 바로 최초의 패커블 재킷인 케이웨이지요. 비상시라는 프랑스어 발음에서 착안한 이 바람막이는 출시 첫해에만 수십만 장이 팔리며 유럽 사전에도 휴대용 방수 재킷의 대명사로 올랐어요.
몸을 작게 웅크려 가방에 들어가는 옷은 아니어도 저녁 공기를 막아주기엔 둘 다 손색이 없어요. 후드 달린 집업으로 보실까요, 블루종 점퍼나 10만원대 아우터로 좁혀 볼까요?
↳ 후드 달린 집업으로
후드 달린 집업으로 셋 골랐어요. 마지셔우드의 베이직 후드 저지 점퍼 그레이, 인사일런스의 가먼트 다이드 에센셜 집업 후디 차콜, 그리고 인사일런스의 백로고 스쿠바 후드 집업 블랙이에요. 집업은 계절이 넘어가는 길목마다 겉옷과 이너의 경계를 가장 편안하게 채워 주는 옷이지요.
1913년 기술자 기디언 선드백이 홈과 돌기 구조로 현대적인 체결 장치를 완성했을 때만 해도 마땅한 이름이 없어 군용 비행복이나 구명복에 쓰였어요. 1923년 고무 회사인 B.F. 굿리치사가 이 장치를 단 고무장화를 선보이면서 여닫을 때 나는 '지잎' 소리를 따 지퍼라는 이름을 붙였지요. 지퍼 달린 장화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신발 상표명이었던 의성어가 잠금장치 전체를 뜻하는 일상의 단어로 굳어졌어요.
매일 손이 가는 흔한 품목 같아도, 이번 목록은 저지 특유의 유연함부터 스쿠바 원단의 탄탄한 볼륨감, 원단을 통째로 물들인 깊은 색감까지 저마다 매만진 결이 달라요. 마음에 두고 계신 쪽으로 기준을 하나 좁혀 볼까요? 10만원 아래로 볼 수도 있고, 슬림한 핏이나 면 100% 소재로만 추릴 수도 있어요.
↳ 10만원 아래로
10만 원 안쪽으로 들어오는 후드 네 편을 골랐어요. 쓰리투에이티의 리본 드로스트링 후디 블랙과 미디엄 그레이, 인사일런스의 백로고 스쿠바 후드 집업 블랙과 멜란지 그레이예요. 두 브랜드가 서로 다른 질감으로 마주 보고 있어요. 쓰리투에이티는 리본 끈 디테일로 면 후디에 가벼운 멋을 더했고, 인사일런스는 매끈한 스쿠바 원단으로 형태를 탄탄하게 세워냈지요.
잠수복 네오프렌에서 갈라져 나온 현대 스쿠바는 겉감과 안감 사이에 3차원 입체 공간을 엮어내는 스페이서 편직 기술을 바탕으로 발전했어요. 섬유 사이에 갇힌 미세한 공기층이 찬 기운을 막아주어 묵직한 고무 폼이 없어도 가볍고 따뜻하지요. 손으로 누르면 스펀지처럼 되살아나는 탄성 덕분에 구김이 잘 가지 않고 조각처럼 흐트러짐 없는 볼륨감을 유지해 줘요.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면 혼방의 편안함을 원하시는지, 공기층을 품어 각이 살아있는 스쿠바 원단을 원하시는지에 따라 손이 갈 쪽이 분명히 달라져요. 소재나 색상 중에서 어느 쪽을 먼저 좁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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