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해서 매일 편하게 입기 좋은 와이드 팬츠로 넷을 골랐어요. 편안한 밴딩에 투턱 주름을 잡은 아모멘토의 와이드 밴딩 팬츠 카키와 블랙, 그리고 활동하기 편한 로우클래식의 오버사이즈 스웻팬츠와 센토르의 사이드 라인 스웻팬츠예요. 허리는 밴딩으로 조이지 않고 통은 넉넉해서 강의실에 오래 앉아 있어도 편하지요.
와이드 팬츠는 원래 1920년대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학생들이 교칙을 우회하려고 만들어 입은 옷이에요. 당시 학교가 무릎길이 바지인 니커보커스의 강의실 착용을 금지하자, 학생들은 신발을 벗지 않고도 그 위에 훌렁 덧입을 수 있도록 통이 거대한 바지를 맞춰 입었지요. 금지된 옷을 자루 속에 감추려던 이 '옥스퍼드 백스'의 반항이 현대 와이드 팬츠의 상징적인 출발점이 되었어요.
캠퍼스에서 편하게 입을 바지를 찾는 복학생에게는 역사적으로도 딱 들어맞는 바지인 셈이지요. 셔츠에도 어울리는 단정한 슬랙스 느낌으로 볼까요, 아니면 매일 손이 가는 스웻 팬츠 위주로 먼저 좁혀 볼까요?
↳ 슬랙스 느낌으로
단정한 주름과 여유 있는 실루엣을 살린 슬랙스 넷을 골랐어요. 아모멘토의 투 턱 와이드 밴딩 팬츠 카키와 블랙, 그리고 문달의 슬릭 핀턱 슬랙스 브라운과 차콜 스트라이프예요. 요즘 슬랙스는 예전처럼 뻣뻣한 격식에만 머물지 않고, 허리에 밴딩을 숨기거나 턱을 넉넉히 잡아 편안한 일상복의 자리로 내려앉는 쪽으로 목록이 기울어 있어요.
슬랙스라는 낱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1930년대의 마를렌 디트리히가 떠올라요. 1933년 그녀가 바지 정장을 입고 프랑스로 향하자 파리 경시청장은 여성이 바지를 입으면 체포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았어요. 당시 파리에는 여성이 남성복인 바지를 입으려면 경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1800년의 구시대 조례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지요. 디트리히는 체포 위협에 물러서지 않고 넥타이와 남성용 코트, 선글라스까지 완벽하게 갖춘 바지 수트 차림으로 당당하게 파리 기차역에 내렸어요.
바지가 금기이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선과 소재를 마음껏 고르는 옷이 되었지요. 골라 둔 넷 중에서 부드러운 울 소재나 편안한 허리 전체 밴딩을 먼저 볼까요, 아니면 20만원 아래의 가격이나 차콜과 블랙 같은 짙은 색감으로 좁혀 볼까요?
↳ 울 소재 슬랙스로
울 소재로 단정하게 떨어지는 슬랙스 셋을 목록에서 골랐어요. 편안한 착용감을 살린 아모멘토의 멘즈 울 밴딩 팬츠 차콜, 유려한 실루엣의 아모멘토 울 와이드 팬츠 블랙, 그리고 밑단에 힘을 준 인사일런스의 벨티드 턴업 슬랙스 블랙이에요. 요즘 나오는 울 슬랙스들은 예전처럼 빳빳하게 각만 세우기보다, 허리에 밴딩을 넣거나 통을 넉넉히 둘러서 몸에 여유를 주는 쪽으로 기울어 있어요.
겨울철 슬랙스 원단으로 친숙한 플란넬 울은 본래 16세기 웨일스 직공들이 축축한 추위를 견디려 양모 표면을 빗어 만든 거친 직물 ‘과넨’에서 시작했어요. 농부와 광부의 작업복으로 혹독한 비바람을 막아주던 옷감이 20세기 초 크리켓 경기복과 영국 학생들의 회색 바지를 거치며 차츰 포멀웨어의 자리로 들어왔지요. 서민의 방한복이 정교한 가공 기술을 거치며 오늘날 신사들이 계절마다 찾는 우아하고 포근한 바짓감으로 다듬어진 셈이에요.
이번에 추린 바지들도 계절감에 걸맞은 보온성과 특유의 차분한 선을 잘 지니고 있어요. 편하게 입을 허리 밴딩을 원하시나요, 아니면 10만원대 예산이나 차콜·브라운 같은 색감부터 맞춰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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