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결혼식에 너무 답답해 보이지 않는 노카라 재킷을 찾으셔서, 목선이 단정하게 트인 옷 셋을 골랐어요. 문달의 보모어 숄 재킷 베이지와 블랙, 그리고 모이아의 크롭 재킷 블랙이에요. 문달은 깃을 둥글고 얇게 넘겨 목 주변의 답답함을 덜어냈고, 모이아는 깃을 아예 덜어낸 크롭 형태라 초가을 하객 자리에 가볍게 걸치기 무난하지요. 요즘 트위드나 노카라 재킷은 예전처럼 빳빳하게 각을 세우기보다, 어깨 힘을 빼고 카디건처럼 툭 떨어지는 실루엣으로 많이 기울어 있어요.
1954년 일흔하나의 가브리엘 샤넬이 파리 패션계로 복귀하며 처음 내놓은 노카라 트위드 수트도 바로 그런 해방감에서 출발했어요. 당시 여성의 몸을 옥죄던 갑갑한 깃과 뻣뻣한 어깨 패드, 옷 안의 심지를 모조리 덜어내고 카디건처럼 편안하게 걸치도록 지어냈지요. 보수적인 유럽 언론은 실패라며 혹평을 퍼부었지만, 자유로운 활동성을 원하던 미국 여성들은 패션의 혁명이라며 열광했어요.
목선과 어깨를 가볍게 비워낸 옷들이라 늦더위가 남은 9월에도 부담 없이 입으실 수 있을 거예요. 이 셋 중에서 소재나 색상을 조금 더 좁혀서 볼까요?
↳ 린넨 혼방으로 보기
린넨 혼방 소재로 가벼움과 단정함을 두루 챙긴 재킷 셋을 골랐어요. 절개선 디테일이 돋보이는 인사일런스의 린넨 컷오프 자켓 에쉬 베이지, 경쾌한 길이감의 모이아 크롭 자켓 블랙, 그리고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지닌 알와이오오의 릴렉스드 코튼 린넨 더블 블레이저 카키 브라운이에요. 순수 마 소재에 면을 섞은 옷감은 린넨 특유의 시원한 통기성은 살리면서도 뻣뻣한 감촉과 거친 구김을 부드럽게 잡아 주어 일상에서 챙겨 입기 훨씬 편하지요.
알와이오오의 카키 브라운을 보다가 문득 그 이름이 태어난 자리가 떠올랐어요. 19세기 중엽 영국령 인도 국경에 주둔하던 군인들이 사막의 흙먼지 속에서 눈에 띄지 않으려고 흰 군복을 진흙물과 찻잎, 커피 찌꺼기로 얼룩덜룩 물들였던 데서 카키 색상이 시작되었어요. 흙먼지를 뜻하는 우르두어 낱말에서 출발한 이 색은 거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실용적인 위장책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차분하고 우아한 재킷의 색감으로 옷장에 스며들었지요.
다시 우리 목록으로 돌아올게요. 린넨의 결은 같아도 저마다의 모양새는 꽤나 달라요. 단정한 블랙 색상으로 먼저 좁혀 볼까요, 아니면 경쾌한 크롭 기장이나 넉넉한 더블 블레이저 쪽이 마음에 드실까요? 20만 원 아래로 값을 먼저 가르는 방법도 있어요.
↳ 블랙 색상으로
블랙 색상으로 단정하게 걸치기 좋은 겉옷 셋을 목록에서 골랐어요. 간결한 실루엣의 모이아 크롭 자켓, 자연스러운 결이 살아 있는 인사일런스의 린넨 컷오프 자켓, 품이 넉넉한 알와이오오의 릴렉스드 더블 블레이저예요.
블레이저라는 이름은 1825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세인트 존스 칼리지 조정팀의 유니폼에서 출발했어요. 짙은 선홍색 플란넬 재킷을 맞춰 입고 노를 젓던 선수들의 모습이 강물 위에서 불꽃(Blaze)처럼 일렁인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지요. 경기 직전 선수들이 재킷을 하늘 높이 던져 올릴 때 놋쇠 단추가 햇살을 받아 번쩍이던 광경에서 관중들이 감탄한 일화도 함께 전해져요.
불꽃처럼 타오르는 붉은색 대신 어디에나 묵직하게 스며드는 검은색으로만 추려 두었어요. 린넨이나 코튼 혼방 소재가 섞여 있어서 기온이 오락가락하는 자리에서도 가볍게 받쳐 입기 좋아요. 크롭 기장으로 볼까요, 아니면 더블 블레이저나 20만원 아래 조건으로 좁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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