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카라 트위드 재킷은 지금 목록에 없어요. 친구의 좋은 날에 너무 도드라지지 않으면서 격식을 차릴 만한 대안으로 셋을 골랐어요. 깃을 단정하게 덜어낸 로우클래식의 Collarless Short Jacket_Black, 잔잔한 결이 있는 렉토의 CRINKLE VINTAGE CHECK JACKET (CAMEL), 그리고 차분하게 떨어지는 렉토의 COLLAR DETAIL FLUID SUIT JACKET (DARK NAVY)예요.
손님이 찾으신 트위드는 본래 스코틀랜드 귀족들이 사냥이나 골프 같은 야외 활동을 즐길 때 입던 거친 남성 스포츠웨어였어요. 1920년대 코코 샤넬이 연인의 낡은 사냥 재킷을 빌려 입었다가 어깨에 감기는 편안함에 매료되어, 스코틀랜드 방직 공장에 의뢰해 여성의 일상복으로 탈바꿈시켰지요. 실크와 면을 섞어 부드럽게 개량한 덕분에 오늘날 하객 차림의 대명사처럼 점잖은 자리에 오르게 되었어요.
트위드 특유의 올록볼록한 짜임은 빠졌지만, 로우클래식의 재킷은 깃이 없어 목선이 정돈되고 짙은 검정이라 단정한 인상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어요. 렉토의 플루이드 재킷은 깊은 네이비 톤이라 식장에서 신부를 가리지 않으면서 차분함을 챙길 수 있고, 체크 재킷은 가벼운 주름 가공 덕에 굳은 인상을 덜어내기 좋아요. 여기서 색을 블랙이나 네이비로 좁혀 볼까요, 테일러드 자켓으로 둘러볼까요, 아니면 30만원대로 볼까요?
↳ 블랙이나 네이비로
블랙과 네이비 안에서 선을 다루는 맛이 전혀 다른 재킷 둘을 골랐어요. 로우클래식의 칼라리스 숏 재킷은 옷깃을 말끔하게 덜어낸 단정한 블랙 크롭 재킷이고, 렉토의 칼라 디테일 플루이드 수트 재킷은 짙은 다크 네이비에 몸을 타고 부드럽게 흐르는 테일러링을 얹은 옷이지요. 짙은 무채색이라도 깃의 유무나 길이감에 따라 몸에 얹히는 무게가 꽤 달라져요.
1930년대 사교계를 이끌던 에드워드 8세는 연회장의 노란 조명 아래에서 검은색 옷감이 탁한 빛을 띤다는 점을 눈치채고 짙은 감청색을 디너 재킷에 끌어들였어요. 밤하늘을 닮은 이 미드나이트 블루는 실내 불빛을 받을 때 순수한 검은색보다 훨씬 더 깊은 어둠으로 발색하면서 옷깃과 단추 같은 테일러링 디테일을 입체적으로 살려 주었지요. 답답한 격식을 벗어던진 이 파격은 훗날 제임스 본드의 턱시도로 이어지며 정통 블랙과 나란히 서는 또 하나의 클래식이 되었어요.
불빛 아래서 입체감을 드러내는 다크 네이비나 뼈대만 남긴 블랙 모두 옷장 한편을 든든하게 받쳐 주는 색이지요. 이 둘을 두고 목록을 조금 더 좁혀 볼까 싶어요. 크롭 기장 말고 긴 것으로 볼까요, 울 소재 위주로 챙길까요, 아니면 30만 원대 아래로 맞출까요?
↳ 크롭 기장 말고 긴 것으로
크롭 기장을 피해 엉덩이를 덮으며 여유롭게 내려오는 렉토의 칼라 디테일 플루이드 수트 재킷 다크 네이비를 골랐어요. 이름처럼 원단이 각지게 굳어 있지 않고 몸을 따라 유연하게 흐르는 실루엣이라 긴 기장이어도 무겁거나 답답해 보이지 않지요.
1930년대 할리우드에서 정형화된 드레스 대신 헐렁하고 길게 떨어지는 남성용 테일러드 재킷을 일상복으로 고집했던 배우가 캐서린 헵번이에요. 영화 스튜디오에서 치마를 입히려고 그녀의 바지를 몰래 치워 버리자, 바지를 돌려줄 때까지 속옷 차림으로 스튜디오를 활보하며 당당히 맞섰지요. 결국 제작진의 항복을 받아내 바지를 되찾았던 그녀의 넉넉한 옷차림은 오늘날 매니시 룩을 대표하는 선구적인 상징이 되었어요.
헵번의 옷처럼 품과 길이에 여유를 둔 재킷은 신체를 편안하게 감싸 주어 오래 걸쳐도 피로하지 않아요. 짙은 다크 네이비 색감이라 안에 어떤 옷을 받쳐 입어도 단정하게 무게를 잡아 주지요. 여기서 라펠이 있는 정통 재킷을 볼까요, 30만 원대로 값을 맞출까요, 아니면 울 100% 소재 쪽으로 목록을 좁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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