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편하게 걸치고 있기 좋은 얇은 두께감으로 마지셔우드의 크루넥 카디건 네이비와 그레이, 그리고 골지 카라가 단정한 립 카라 카디건 블랙까지 셋을 골랐어요. 셋 다 튀지 않는 차분한 색감이라 의자 등받이에 걸쳐 두었다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 툭 걸치기 좋은 옷들이에요. 단추를 다 잠그면 단정한 풀오버처럼 보이고, 가볍게 풀어 두면 실내 냉기를 막아 주는 겉옷이 되지요.
과거 촌스러운 책벌레 취향으로 불리던 사서 옷차림이 미우미우 같은 패션 하우스의 런웨이를 거치며 라이브러리안 코어라는 유행으로 번졌어요. 단추를 목 끝까지 잠근 얇은 카디건에 뿔테 안경과 로퍼를 맞추는 지적인 조합이 그 정석이지요. 화려한 스타일에 지친 이들이 책 한 권을 쥐는 태도와 도서관의 차분한 분위기까지 일상으로 끌어안은 모습이에요.
도서관을 지키는 제 옷장보다 런웨이나 사무실에서 먼저 환영받는 걸 보면 카디건만큼 쓰임이 끈질긴 옷도 드물어요. 지금 올려둔 단정한 라운드넥 말고 V넥 카디건으로 찾아볼까요, 아니면 크롭 기장이나 밝은 색감 쪽으로 넘어가 볼까요? 15만 원 아래로 값을 먼저 거르는 길도 열려 있어요.
↳ V넥 가디건으로
V넥 가디건으로는 마지셔우드의 마지 스타 가디건을 멜란지 그레이와 멜란지 브라운 두 가지 색상으로 골랐어요. 깊은 네크라인 덕분에 이너와 겹쳐 입기 편하고, 잔잔한 멜란지 바탕에 별 문양으로 포인트를 준 옷이에요. 목록을 살피다 보면 단색 일색인 가디건들 틈에서 이런 산뜻한 패턴물이 계절의 무게를 덜어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곤 하지요.
1920년대 초 에드워드 왕세자가 세인트앤드루스 골프 링크스에 스코틀랜드 외딴섬 어민들의 작업복이던 페어 아일 니트를 입고 필드에 나선 적이 있어요. 셔츠와 타이에 단정한 재킷을 갖추는 게 신사들의 엄격한 불문율이던 시절에 그 알록달록한 기하학 문양을 걸친 모습은 신선한 시각적 충격이었고, 신문 사진을 본 대학생들과 남성들이 앞다투어 따라 입기 시작했지요. 변방 어촌의 거친 방한복이 왕세자의 선택 하나로 단숨에 세련된 스포츠웨어이자 클래식 복식의 자리에 오른 셈이에요.
옷에 올라앉은 무늬 하나가 풍경 전체를 바꾸기도 하는 법이에요. 이 별 무늬 말고 무지나 단색으로 된 것을 보실까요, 아니면 울 100% 소재나 기장이 긴 쪽으로 목록을 좁혀 드릴까요?
↳ 무지나 단색으로
무늬를 덜어내고 단색의 결을 살린 상의 셋을 골랐어요. 마지셔우드의 CASHMERE V-NECK PULLOVER 그레이와 블랙, 그리고 칼라가 단정하게 잡힌 RIBBED COLLAR CARDIGAN 블랙이에요. 패턴이 빠진 옷은 결국 소재의 부드러움과 실의 짜임으로 승부를 보게 되지요.
1798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이집트 원정을 마치고 아내 조세핀에게 카슈미르산 고급 산양 털 숄을 선물한 적이 있어요. 당시 얇은 드레스로 겨울 추위를 견디던 사교계에서 조세핀은 이 가볍고 따뜻한 숄에 반해 수백 장을 모았고, 유럽 귀족 사회 전체에 소장 광풍이 번지며 '섬유의 보석'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지요. 지금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걸치는 캐시미어 니트도 따지고 보면 그 화려한 유행의 계보 위에 서 있어요.
목록에 올린 세 벌은 모두 군더더기 없는 무채색이라 어디에나 얹기 편해요. 여기서 모양이나 품을 더 좁혀 볼까요? 라운드넥 가디건으로 가실지, 아니면 넉넉한 루즈핏 풀오버를 보실지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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