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플리츠 스커트는 목록에 없어요. 대신 걸을 때마다 결이 부드럽게 번지는 센토르의 레이어드 플라워 미디 스커트를 가져왔어요. 상의로는 은은한 윤택을 지닌 모이아의 드로스트링 블라우스와 차분한 볼륨감을 살린 렉토의 실크 블렌드 셔츠 둘을 골랐어요. 주름치마의 단정함 대신 층층이 겹친 밑단이 주는 우아함으로 자리를 채우는 조합이지요.
실크로드를 타고 로마로 들어온 중국산 비단은 몸의 선이 훤히 비치는 매혹적인 질감 탓에 귀족 사회를 단숨에 흔들어 놓았어요. 같은 무게의 금값과 맞먹어 막대한 금화가 빠져나간 데다, 철학자 세네카가 아내의 알몸을 남에게 보이는 타락의 극치라 꾸짖을 만큼 풍기문란의 상징으로 찍혔지요. 결국 서기 14년 원로원과 티베리우스 황제가 남성의 비단 착용을 엄단하는 사치 금지령까지 내렸지만, 황제부터 밀거래에 빠져들며 그 관능의 열기를 끝내 잠재우지 못했어요.
식장의 조명 아래에서 실크가 머금는 빛은 다른 섬유가 흉내 내기 어려운 단정함을 만들어 줘요. 모이아의 블라우스는 끈을 조여 핏을 정돈할 수 있고, 렉토의 셔츠는 가을에 어울리는 라이트 타우프 색감이라 하객 차림으로 손색이 없어요. 목록을 다른 쪽으로 둘러볼까요? 면 소재 셔츠나 10만원대 아래의 다른 선택지, 혹은 잔잔한 패턴이 들어간 셔츠 쪽도 바로 펼쳐 드릴 수 있어요.
↳ 면 소재 셔츠로 볼래
탄탄한 면 소재로 단정하게 지은 셔츠 셋을 골랐어요. 마지셔우드의 슬림 라인드 셔츠 화이트 스트라이프와 코튼 도비 셔츠 화이트, 그리고 문달의 로우 셔츠 화이트예요. 바스락거리는 면 셔츠는 계절이 바뀌어도 옷장 한편을 묵묵히 지켜주는 기본 중의 기본이지요.
마지셔우드 셔츠 이름에 적힌 '도비(Dobby)'라는 직조 방식에는 19세기 영국 방적 공장의 오랜 역사가 깃들어 있어요. 과거 직기 위에서 박자에 맞춰 손으로 날실을 직접 끌어올리던 어린 소년을 '드로보이(Drawboy)'라고 불렀는데, 1840년대에 이 고된 노동을 기계화하면서 그 장치에 아이들의 호칭이 변형된 '도비'라는 이름이 붙었지요. 어린아이들의 고단했던 노동은 기계식 직기의 등장으로 사라졌지만, 그들의 흔적은 작고 섬세한 입체 무늬를 짜내는 직물의 이름 속에 고스란히 남아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그런 내력을 품은 도비 셔츠는 원단 자체에 은은한 결이 살아 있어 단품 하나만 걸쳐도 심심하지 않아요. 마지셔우드의 스트라이프는 선명한 줄무늬로 실루엣을 잡아주고, 문달의 셔츠는 깨끗한 흰색이라 받쳐 입기 편하지요. 함께 입을 스커트도 같이 둘러볼까요, 아니면 슬림한 핏이나 체크 패턴 쪽으로 더 좁혀서 볼까요?
↳ 스커트도 같이 볼래
스커트 목록에서 가을과 겨울에 덧입기 좋은 롱스커트 셋을 골랐어요. 밑단을 둥글게 모아 입체감을 준 마지셔우드의 벌룬 롱스커트와 차분한 체크가 들어간 문달의 가이아 스커트, 그리고 단정한 능직 결이 드러나는 모이아의 트윌 맥시 스커트예요. 요즘 롱스커트는 다리를 가두지 않고 편안하게 떨어지는 선을 살려 입는 쪽으로 흐름이 기울어 있어요.
모이아의 스커트에 쓰인 트윌은 날실과 씨실을 비스듬히 엮어 사선 결을 내는 능직 방식을 뜻해요. 1879년 토머스 버버리가 비바람 속에서도 물을 잘 튕겨내던 햄프셔 양치기들의 작업복에 주목해 센티미터당 백 번 넘게 실을 촘촘히 짜내 개버딘이라는 신소재를 완성한 바탕이기도 했어요. 미세한 공기는 드나들게 하면서 빗물은 겉면을 타고 흘러내리게 만든 이 치밀한 직조법은 훗날 탐험가의 방한복과 참호 속 군인을 지켜낸 트렌치코트의 뼈대가 되었지요.
오늘 목록에 올린 치마들도 원단의 짜임과 실루엣이 저마다 달라 걸음걸이에 얹히는 태가 꽤 달라요. 색을 블랙으로만 좁혀서 볼까요, 아니면 플리츠 주름이나 미디 기장 쪽으로 목록을 새로 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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