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팔 가디건은 지금 목록에 없어요. 가디건만 어디로 마실을 나갔나 봐요. 대신 일교차가 큰 날씨에 단독으로 입다가 겉옷 안에 가볍게 받쳐 입기 좋은 반팔 티셔츠 셋을 골랐어요. 마지셔우드의 베이직 시어 티셔츠 블랙, 굴곡진 어깨선이 편안한 리브드 래글런 티셔츠 차콜, 하나만 입어도 두 벌을 겹쳐 입은 태가 나는 캐미솔 레이어드 티셔츠 스카이블루예요. 셋 다 원단이 얇고 유연해서 낮에는 가볍게 하나만 입고, 해가 지면 얇은 아우터를 툭 걸치기에 알맞아요.
골지 티셔츠에 쓰인 래글런 소매는 1815년 워털루 전투에서 오른팔을 잃은 영국의 래글런 남작이 혼자서도 옷을 쉽게 입고 벗으려고 고안한 디자인이에요. 목둘레에서 겨드랑이로 사선 절개선을 내어 어깨 솔기가 걸리지 않도록 만들었지요. 크림 전쟁을 거쳐 장교들의 일상복으로 퍼져나간 이 사선이 오늘날 우리가 입는 캐주얼 상의의 활동성을 지켜주고 있어요.
소매선 하나에도 다 저마다의 사연이 깃들어 있지요. 지금 목록은 얇은 티셔츠 위주로 모여 있는데, 원래 찾으시던 용도에 맞춰 조건을 조금 넓혀 볼까요? 가디건을 긴팔로 올려서 볼 수도 있고, 울 혼방 상의나 가볍게 걸칠 셔츠류로 둘러볼 수도 있어요.
↳ 긴팔 가디건으로 보기
긴팔 가디건은 지금 목록에 없어요. 단추들이 다 어디로 숨었나 봐요. 대신 단추 여밈이나 주름 디테일로 가디건 못지않게 멋을 내기 좋은 긴팔 상의 둘을 골랐어요. 마지셔우드 HENLEY NECK LONG SLEEVE T-SHIRT 멜란지 그레이와 쓰리투에이티 RIBBON DRAPE LONG SLEEVE TEE 블랙이에요. 마지셔우드는 헨리 넥 단추를 풀어 가디건처럼 네크라인을 트이게 연출하기 좋고, 쓰리투에이티는 리본과 부드러운 드레이프 주름이 잡혀 있어 한 장만 입어도 겉옷을 걸친 듯 볼륨이 살아요.
1930년대 디자이너 마담 그레는 도안대로 미리 재단하지 않고 마네킹과 인체 위에 직접 원단을 대어 보며 드레이프 기법을 터득했어요. 바느질과 솔기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때로는 20미터가 넘는 천을 통째로 쓰며 고대 그리스 조각상에 새겨진 옷자락처럼 유려한 주름을 한 땀씩 잡아냈지요. 원단을 깎고 빚어내듯 완성한 실루엣 덕분에 패션으로 조각을 한 예술가라는 찬사를 받았어요.
옷감에 잡힌 주름이나 단추 선 하나만으로도 단순한 긴팔 티셔츠가 색다른 분위기를 내지요. 이 둘을 먼저 살펴보실래요, 아니면 니트 소재나 10만 원 아래, 혹은 무채색 계열 중에서 원하시는 쪽으로 목록을 다시 좁혀 볼까요?
↳ 니트 소재로 보기
렉토의 니트 탑 셋을 골랐어요. 주름 디테일을 살린 쿨 그레이 색상의 크리즈 폴로 니트 탑, 여름에 걸치기 좋은 네이비 톤의 마리나 서머 폴로 니트 탑, 그리고 부드러운 감촉의 크림색 실크 캐시미어 니트 탑이에요. 요즘 니트 목록은 두툼한 겨울 스웨터에 머물지 않고, 성글게 짠 여름용 원사나 가벼운 혼방을 써서 사계절 내내 단정하게 입는 쪽으로 기울어 있어요.
19세기 영국 폴로 선수들은 말을 타고 달릴 때 셔츠 깃이 맞바람에 펄럭이며 얼굴을 치고 시야를 가리는 불편을 겪었어요. 선수들은 깃 끝에 작은 단추를 달아 옷판에 고정하는 자구책을 냈고, 1896년 이를 눈여겨본 브룩스 브라더스가 단추로 깃을 여미는 셔츠를 상용화하면서 오늘날의 버튼다운과 폴로 칼라가 굳어졌지요. 말등 위에서 깃을 다스리려던 운동선수의 실용적인 꾀가 현대 복식의 고전이 된 셈이에요.
깃이 단정하게 달린 폴로 디자인 둘에 가벼운 실크 캐시미어 풀오버 하나를 얹어 두었어요. 여기서 조건을 조금 더 좁혀서 볼까요? 반소매 니트로 좁히거나, 10만 원 이하의 값이나 루즈핏, 혹은 울 100% 소재로 추려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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