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건디 색상 가디건은 지금 목록에 없어요. 대신 차분하게 받쳐 입기 좋은 브라운 니트 가디건으로 셋 골랐어요. 둥근 옷깃이 우아한 문달의 소프트 숄 칼라 가디건, 기장이 경쾌하게 떨어지는 아모멘토의 울 브이넥 크롭 가디건, 여밈에 따라 실루엣을 바꾸는 기호의 투웨이 버튼 가디건이에요.
문달 가디건에 둘러진 둥근 숄 칼라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남성들이 입던 스모킹 재킷에서 유래했어요. 만찬을 마치고 흡연실에서 시가를 피울 때 값비싼 옷에 연기가 배거나 재가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 입던 실내복인데, 담뱃재가 달라붙지 않고 매끄럽게 떨어지도록 목덜미를 부드럽게 감싼 형태였지요. 각진 칼라의 엄격함을 내려놓은 그 둥근 곡선이 훗날 턱시도와 현대의 일상복에까지 우아한 디테일로 남았어요.
브라운 계열 가디건은 특유의 단정함 덕분에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의 중심을 묵묵하게 잡아주는 편이지요. 세 벌 가운데 어떤 조건을 먼저 따져볼까요? 울 100% 소재로 볼까요, 경쾌한 크롭 기장으로 좁힐까요, 아니면 15만원 아래로 맞출까요?
↳ 울 100% 소재로
울 100% 소재로 짠 브라운 톤 가디건 셋을 목록에서 골랐어요. 아모멘토의 울 브이넥 크롭 가디건과 남성용 울 가디건, 로우클래식의 크롭 울 가디건이에요. 같은 양모라도 짜임의 밀도와 기장에 따라 전혀 다른 옷이 되지요.
12세기 스페인에서는 메리노 양을 국가 기밀로 묶어 두고 다른 나라로 한 마리라도 빼돌리면 즉시 사형에 처했어요. 북아프리카 양과 토종 양을 교배해 얻은 털이 워낙 부드러워 왕실 국부를 지탱하는 핵심 자산이었거든요. 정작 밀반출을 엄벌하던 왕 자신은 다른 나라 왕실에 외교 선물로 양을 건네며 금기를 깨기도 했지요.
목숨을 걸 만큼 귀하게 다루던 양모가 이제는 일상에서 편히 입는 겉옷이 되었어요. 기장을 짧게 잡은 크롭 라인을 먼저 볼까요, 아니면 남성용 라인이나 캐시미어가 섞인 쪽으로 좁혀 볼까요?
↳ 크롭 기장으로
크롭 기장으로 찾으셔서 차분한 브라운 톤의 울 카디건 둘을 골랐어요. 아모멘토의 Wool V-neck Crop Cardigan과 로우클래식의 Crop Wool Cardigan_Brown이에요. 아모멘토는 브이넥 라인이 시원하게 떨어져 셔츠나 티셔츠 위에 겹쳐 입기 좋고, 로우클래식은 허리선을 단정하게 끊어주어 비율을 깔끔하게 살려줘요. 요즘 나오는 크롭 카디건들은 외투로 걸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단추를 모두 채워 단독 상의처럼 연출하는 흐름이 또렷하지요.
영화 《애니 홀》에서 다이앤 키튼은 헐렁한 화이트 셔츠 위에 단추를 푼 남성용 울 베스트와 오버사이즈 카디건을 겹쳐 입으며 1970년대 매니시 룩의 상징이 되었어요. 여성의 몸매 곡선을 드러내는 대신 남성의 전유물이던 품 넓은 옷들을 일상적인 레이어드로 소화해 당당하고 지적인 태도를 전면에 내세웠지요. 당시 젊은 여성들을 사로잡았던 넉넉한 품의 낭만과 달리, 요즘의 크롭 카디건은 길이를 덜어내며 전혀 다른 실루엣을 만드는 셈이에요.
이 둘 가운데서 마음이 기우는 쪽을 더 찾아볼까요? 브이넥 디자인으로 보실지, 15만원대 안쪽으로 맞출지, 아니면 관리가 편한 혼방 소재도 함께 둘러보실지 골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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