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뵙는 명절 자리라면 군더더기 없이 선이 단정하게 떨어지는 검은색 롱 원피스 셋을 골랐어요. 문달의 그레이스 로브 드레스와 비와 롱 드레스, 그리고 렉토의 턴업 슬리브 드레스예요. 목록을 살피다 보면 명절 무렵엔 화려한 무늬보다 몸가짐을 정돈해 주는 차분한 검은색 쪽으로 사서의 손길도 먼저 기울곤 해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디자이너 위베르 드 지방시와 배우 오드리 헵번이 선보인 블랙 드레스는 검은 옷의 쓰임새를 결정적으로 바꾼 계기였어요. 과거 서구에서 검은색은 주로 상복에 머물던 어둡고 무거운 색이었지만, 장식을 덜어내고 몸의 선을 살린 간결한 드레스가 진주 목걸이와 어우러지며 가장 세련된 예복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지요. 불필요한 디테일을 비워낼수록 검은 옷 특유의 단정함과 사람의 맑은 태도가 또렷하게 드러난다는 공식을 남긴 셈이에요.
골라 둔 셋도 튄다는 인상 없이 어른들 앞에서도 차분한 분위기를 지켜 줄 옷들이에요. 여기서 기준을 조금 더 좁혀 볼까요? 소매가 온전히 있는 옷으로 볼지, 20만 원 아래로 선을 그을지, 아니면 면 소재나 차분한 다른 색으로 넓혀 볼까요?
↳ 소매 있는 것으로
소매가 있는 단정한 블랙 원피스로 셋 골랐어요. 문달의 Grace Robe Dress와 Biwa Long Dress, 그리고 렉토의 TURN-UP SLEEVES DRESS예요. 셋 다 블랙 특유의 차분함을 기본으로 두면서 소매 끝과 품의 유려함으로 각자 다른 분위기를 내요.
렉토 원피스에 더해진 턴업 소매는 19세기 말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의 바짓단에서 비롯되었어요. 비가 잦던 시절에 바지 밑단이 진흙탕에 젖는 것을 피하려고 바깥으로 깔끔하게 접어 올려 고정한 것이 귀족들에게 번져나간 양식이지요. 비를 피하려던 본래 쓰임새는 잊혔지만, 접힌 단의 은근한 무게감이 선을 곧고 단정하게 잡아주는 멋으로 남았어요.
소매 길이나 실루엣을 한 번 더 좁혀볼까요? 긴 소매만 따로 추리거나, 여유로운 핏 혹은 20만 원대 아래로 골라볼 수 있어요.
↳ 긴 소매만 보기
긴 소매를 찾으셔서 세 벌을 추렸어요. 검은색의 정갈한 실루엣을 살린 문달의 Grace Robe Dress in Black과 렉토의 TURN-UP SLEEVES DRESS (BLACK), 그리고 줄무늬가 잔잔하게 들어간 문달의 Jane Dress in Navy Stripe예요. 소매가 손목까지 내려오는 원피스는 단정하면서도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 편하게 손이 가지요.
문달의 Jane Dress라는 이름을 보면 1960년대와 70년대를 풍미한 제인 버킨이 떠올라요. 콧대 높은 파리 사교계에서도 화려한 가죽 가방 대신 장터에서 구한 포르투갈산 밀짚 바구니를 파티장까지 당당하게 들고 다녔지요. 애써 구색을 맞추지 않는 태도와 실용성이 프렌치 시크의 상징으로 남았어요.
목록의 결을 조금 더 좁혀 볼까요? 블랙 색상으로만 남길지, 30만원 아래로 맞출지, 아니면 스트라이프 패턴 쪽으로 살펴볼지 골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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